빛, 색 그리고 생명감의 조화로서 김영태의 서정 풍경

장민환, 조선대학교 미술대학 교수, 미학

디지털 카메라가 메모지보다 흔한 요즘 시대에 자연을 직접 그린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아름다운 경치부터 먹음직스러운 음식 세팅에 이르기까지 습관적으로 셔터를 누르고 SNS에 저장하는 시대이다. 이러한 시대에 자연 풍경을 세심하게 관찰하여 그 인상을 캔버스에 담는다는 것이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을까? 우리는 그 가치가 무엇인지를 김영태 작가의 작품에서 체득할 수 있다. 그의 작품은 대중 매체의 화려한 이미지가 대신할 수 없는 그 무엇을 우리에게 준다. 그것은 자연 자체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자연을 바라보는 작가의 태도 혹은 정서에서 오는 것이다. 그의 작업은 항상 새로움을 목표로 추구하는 동시대 미술 상황에서도 풍경 회화의 가치는 그 무엇이 대신할 수 없다는 오래된 진실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서구 미술의 역사를 보면 풍경 자체가 그림의 주제가 된 것은 근대에 들어오면서 삶의 여유와 안락함을 얻은 후였다. 자연이나 도시의 풍경 그 자체를 즐길 수 있는 여유가 풍경 회화를 탄생시켰다고 볼 수 있다. 풍경 회하에서 그려진 경치가 얼마나 아름다운가는 핵심 문제가 아니다. 작가가 어떤 경치에 만족했고 그것을 강조하기 위해 어떻게 그려냈는지가 더 중요하다. 풍경 회화를 통해 작가가 느끼는 세상에 대한 감정, 더 나아가서 삶에 작가의 태도를 이해하는 것이 그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풍경 회화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서구의 인상주의는 자연이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빛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한다는 것을 의식하고 그 특정한 한 순간을 그려내려고 했다. 인상주의자들의 작업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그러나 그 작업들이 진짜로 가치가 있는 이유는 빛이 반사되는 특정 순간의 아름다움을 포착해서가 아니라 흘러가는 시간의 무상함 속에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소중하다는 사실을 즉각적으로 감상자에게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풍경 회화는 이미지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세계에 대한 작가의 태도가 중요한 것이다.

원로 화백 김영태 작가 회화인생 한눈에

조선대학교미술관, 24일까지 ‘빛과 색으로 엮은 서정회화’전

광주·전남에서 가장 원로 작가인 백열(白悅) 김영태(金永太)(90‧사진) 화백의 70년 회화 인생을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조선대학교미술관은 20일 오후 6시 개막식을 시작으로 24일까지 ‘빛과 색으로 엮은 서정회화’를 주제로 김영태 화백의 초대 개인전을 마련한다고 19일 밝혔다. 김 화백은 1946년 조선대학교 미술대학 1회로 입학해 1951년 수석졸업했다. 졸업 전인 1949년 조선대부속중학교를 시작으로 1968년까지 광주공업고등학교 등 광주·전남 중·고교에 재직하며 후학을 지도했다. 1967년부터는 광주 일요화가회를 창립해 지도교수로 활동했으며, 1968년부터는 전업 작가로서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72년 제 1회 개인전을 시작으로 100여회 이상 국내외 초대전과 외국 스케치 여행을 다니며 활발하게 작업했다.

김 화백은 대표작 ‘천불전’(1978년 작)을 비롯, 평생 소장한 작품 200점을 후배들을 위해 지난 2010년 조선대학교에 기증했다. 광주 동구 충장로에 자리했던 화실 화재로 인해 1976년 이전 그림은 모두 소실돼 볼 수 없다는 점은 아쉽다. 기증 작품들은 남도 풍경을 담은 작품 80여점과 작은 항만와 포구 풍경 70여점으로 구성됐다. 또 꽃·정물·인물 등 다양한 시각을 보여주는 20여점도 포함됐다. 특히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 초반까지 작업한 일본·인도·네팔·오스트리아·노르웨이·스페인 등 외국 스케치 여행 작품(30여점)들은 밝고 활기 넘치는 이국적인 색채 변화가 특징이다. 이번 전시는 기증작 중 80여점을 선별해 선보인다.

김 화백의 초기 작품은 미술대 입학 당시 교수였던 김보현 화백의 지도 아래 사실주의적 경향을 보인다. 김 화백은 “김보현 선생님은 ‘데셍 또 데생’이라며 기초가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다”고 회상했다. 이후에는 후임 교수인 오지호 화백의 영향을 받아 인상주의 화풍을 작품에 담는다. “회화의 모든 양식적 근간을 이루는 것은 인상파 예술이다”는 신조 아래 남도 자연을 탐구하고 빛에 의해 변화하는 사물과 풍경을 고유한 색채로 표현했다. 1996년 제작한 전시 대표작 ‘인스부르크 풍경’은 평범한 유럽 거리를 소재로 삼아 독창적인 시각을 보여준다. 단순화 시킨 건물과 구름, 차분한 색감 등은 여느 남도 인상주의 작품과는 다른 독창적인 시각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김 화백은 대학 입학 때부터 따지면 작품 인생 70년으로 어느덧 인생 황혼기에 접어들었지만 아직도 동구 학동 화실에서 작업에 전념하고 있다. 김영태 화백은 “조금이라도 힘이 있을 때 움직여야겠단 생각을 했다. 갔다오면 다시 작업을 해야한다”며 “함성이 나올 정도로 아름답다는 느낌을 주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 평범하지만 멋있게 살다간 사람이 되고 싶다” 고 밝혔다.

박상호 조선대 미술대학장은 “지금도 붓을 들고 작업을 하시는 김영태 선생님은 많은 후배 미술인들이 본받아야 할 귀감이 되는 분이다”고 말했다.

2017.03., 지방자치일보, 강용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