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카메라가 메모지보다 흔한 요즘 시대에 자연을 직접 그린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아름다운 경치부터 먹음직스러운 음식 세팅에 이르기까지 습관적으로 셔터를 누르고 SNS에
저장하는 시대이다. 이러한 시대에 자연 풍경을 세심하게 관찰하여 그 인상을 캔버스에 담는다는 것이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을까? 우리는 그 가치가 무엇인지를 김영태 작가의 작품에서 체득할 수 있다.
그의 작품은 대중 매체의 화려한 이미지가 대신할 수 없는 그 무엇을 우리에게 준다. 그것은 자연 자체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자연을 바라보는 작가의 태도 혹은 정서에서 오는 것이다. 그의 작업은 항상 새로움을 목표로
추구하는 동시대 미술 상황에서도 풍경 회화의 가치는 그 무엇이 대신할 수 없다는 오래된 진실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서구 미술의 역사를 보면 풍경 자체가 그림의 주제가 된 것은 근대에 들어오면서 삶의 여유와 안락함을 얻은 후였다. 자연이나 도시의 풍경 그 자체를 즐길 수 있는 여유가 풍경 회화를 탄생시켰다고 볼 수 있다. 풍경 회하에서 그려진
경치가 얼마나 아름다운가는 핵심 문제가 아니다. 작가가 어떤 경치에 만족했고 그것을 강조하기 위해 어떻게 그려냈는지가 더 중요하다. 풍경 회화를 통해 작가가 느끼는 세상에 대한 감정, 더 나아가서 삶에 작가의 태도를 이해하는 것이 그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풍경 회화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서구의 인상주의는 자연이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빛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한다는 것을 의식하고 그 특정한 한 순간을 그려내려고 했다. 인상주의자들의 작업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그러나 그 작업들이 진짜로 가치가 있는
이유는 빛이 반사되는 특정 순간의 아름다움을 포착해서가 아니라 흘러가는 시간의 무상함 속에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소중하다는 사실을 즉각적으로 감상자에게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풍경 회화는 이미지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세계에 대한 작가의 태도가 중요한 것이다.